4세고시? 우리 애는 숲에서 논다 | 5살 첫째 숲유치원 보낸 솔직후기

BrotherBong

2025년 11월 04일

학군이 곧 집값, 교육열은 용광로보다 뜨겁다

우리 한국 부동산의 제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학군이다.

교육열은 용광로보다 뜨겁고, 작년부터 올해까지 핫한 키워드는 무려 ‘7세고시’,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4세고시’였다.

내 기준에는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다.

와이프와 나는 이것에서 한 걸음 멀어지고 싶다. 어쩌면 10걸음 정도.


10걸음을 향한 첫 사이드스텝: 숲체험원

4세고시를 넘어 5살인 우리 첫째는 숲체험원을 다닌다.

이것도 일반적이지는 않다. 10걸음 정도 멀어지기 위한 첫 사이드스텝 정도로 생각한다.

솔직히 고민 안 한 건 아니다

처음 일반 유치원이나 영어유치원 대신 숲체험원을 보내기로 했을 때, 물론 걱정이 안 된 것은 아니다.

나도 사실 공부를 애써서 열심히 한 적이 없고, 지금은 운 좋게 회사에서 밥벌이를 해먹고 있는 처지다. 거기다가 일반적인 공부 테크트리를 벗어나게 되면, 태양계를 떠나는 보이저호마냥 공부공화국인 한국의 중심에서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솔직히 그런 걱정은 안 할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니 여러 측면으로 생각해보게 되더라. 솔직한 경험담이다. 뚝심 있게 그 길로 걸어갈 줄 알았으나, 헨젤과 그레텔마냥 돌아올 빵 부스러기를 좀 흘려놔야 하는 약간의 고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숲에서 뛰어놀며 영포티가 되어가는 나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 아이. 게다가 한글이나 영어, 산수 등도 자연스럽게 익혀가는 아이를 보면 역시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장점들은 이렇다.


숲유치원의 장점 3가지

1. 열심히 뛰어놀아서 밝은 표정

첫째가 다니는 체험원에서는 하루에도 거의 100장에 달하는 사진을 올려주신다. 보는 게 업무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그래도 볼 만한 것이 애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펜대를 잡고 쓰기나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나, 단체 견학 가서 쭈뼛쭈뼛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이 아니다.

  • 나무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거나
  • 입에 잔뜩 묻히고 웃고 있는 사진
  • 나무막대기를 들고 웃으면서 뛰고 있는 사진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잘 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 일반적으로 할 수 없는 시기에서의 체험들

나는 매일매일 뛰어놀아 볼 수 있었을까?

나는 이때까지 콩을 수확해보거나 낫으로 벼를 추수해본 적이 없다. 첫째는 그런 면에서 나보다 선배다. 거기다가 애들한테 낫이라니! 보통의 엄마는 보자마자 현기증이 날지도 모른다. 이건 뭐 청년농부라고 해야 할지.

게다가 나는 캠핑을 시작하고부터야 겨우 산에서 시간을 보내봤는데, 첫째는 산을 벗 삼아 그 속에서 그냥 논다.

3. 노는 것이 곧 배우는 것이다

자꾸 논다고 하니 표현이 좀 그렇지만,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라라님 같은 유아교육 전문가의 관점에서 벗어나 아빠의 표현으로 하자면, 내 몸과 세상에 대한 메타인지를 올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높이 정도에서는 내가 뛸 수 있구나’,
‘정글짐의 3단에서 나는 매달려서 내려올 수 있구나’,
‘산길을 달릴 때 나뭇잎에 미끄러질 수 있구나’,
‘쌍살벌은 침이 없기 때문에 천천히 자리를 피하면 되는구나’,
‘이런 나무 작대기는 이런 강도로 가지고 놀 수도 있구나’.

이렇게 놀면서 자연적으로 습득하게 되는 공부는 활자로 배우는 공부보다 더욱 빠르게 각인된다고 본다. 학(學)과 습(習)이 동시에 된다고나 할까.

이를 통해서 세상과 노는 법을 익히고, 또 혼합 연령으로 또래들만이 아닌 형, 누나, 동생들과 섞여서 자연스레 위아래 관계, 파워 게임, 배려 등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단점이라면: 비용

단점을 들자면 역시 제일 큰 것은 비용이다.

라라님의 지인인 숲유치원 교사 분의 말에 따르면, 제일 안타까운 케이스가 아이도 좋아하고 시설의 커리큘럼도 좋은데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이 어려워 그만 다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제일 안타깝다고.

우리도 역시 넉넉지 않은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어쩌랴… 라면을 더 많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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