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스티커는 옛말, 우리 아들은 ‘코인 채굴러’

솔직히 말하면, 나는 평범한 칭찬 스티커에는 왠지 모르게 끌리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에 맞춰 우리 집만의 특별한 ‘코인’을 발행하기로 했다.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싶다는 야심, 그리고 나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합쳐진 결과였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5살 ‘코인 채굴러’가 탄생했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아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코인을 벌고, 그 노력에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정했다. 장난감 정리, 동생 돌보기, 신발 가지런히 놓기 같은 집안일은 물론, 스스로 옷 입고 밥 남기지 않고 먹기 같은 기본 생활 습관도 규칙에 포함시켰다. 아이에게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성취감을 줄 수 있는, 그런 현실적인 목록이었다.
둘째, 모두 자기 페이스에 맞춰, 지금의 만족과 자신의 기분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가르치고 싶었다. 무조건 10코인을 매일 모으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상 목록에 장난감 같은 ‘물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보고 싶은 영화 보기(1코인)’, ‘엄마 아빠가 보기엔 비추천이지만 아들이 꼭 보고 싶은 영상 보기(2코인)’ 같은 ‘경험적 보상’도 추가했다. 때로는 힘들게 모은 코인을 기꺼이 사용해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복잡한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멈춰 서서 스스로의 행복을 챙기는 지혜를 말이다.
아빠의 ‘비전보드’, 아들의 ‘코인보드’

나는 예전부터 ‘비전보드’를 그리는 걸 좋아했다. 꿈과 목표를 시각적으로 만들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손으로 쓰고 그렸다. 때로는 보고, 만지고, 냄새까지 맡아가며 생생하게 상상했다. ‘목표를 글로 쓰면 우주의 기운이 돕는다’는 말을 많은 사람이 가볍게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목표를 글로 쓴다는 것은 그 한두 줄을 완성하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가능성을 점치고, 필요한 것을 생각하는 깊은 사색의 과정이었다. 나의 경험으로 그게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체득했다.
이런 나의 가치관은 고스란히 아들의 ‘코인 프로젝트’에 투영되었다. 아들에게도 이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보상으로 받을 장난감을 미리 구입했다. 아들은 그 장난감을 보고, 만져보며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한 목표를 눈앞에 두고 상상하게 했다. 마치 내가 비전보드를 만들며 느꼈던 것처럼, 아들이 스스로의 목표 보상을 생생하게 그려보길 바랐다.
한번은 아들이 장난감 정리를 하다 말고 멈춰서 로봇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빠, 나 코인 다 못 모을 거 같아. 빨리 다 정리해야 하는데 로봇이 너무 재밌어.” 아이는 스스로 세운 규칙과 눈앞의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옆에 앉아 “괜찮아, 아빠랑 같이 할까?”라고 물었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함께 로봇을 정리하고 코인을 얻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이 코인 프로젝트는 단순한 보상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유혹을 이겨내고, 결국 목표를 성취하는 경험을 쌓는 훈련장이었다.
인생의 ‘정도(正道)’를 배우는 법

아들은 코인을 모으며 인내심을 길렀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계획적으로 코인을 지출하는 법도 배웠다. 이 모든 과정이 아들에게는 어찌 보면 복잡한 인생이라는 레이스를 헤쳐나갈 ‘정도(正道)’, 즉 바른길을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우리 아들이 이 작은 코인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서 큰 빛을 발하길 바란다. 자신의 목표를 생생하게 떠올리고, 계획을 세우고, 인내하며 결국 성취하는 과정. 그것이야말로 복잡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말이다.
물론, 나 역시 바쁜 업무와 육아에 치여 목표를 생생하게 떠올리고 사색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잃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생생하게 꿈꾸고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나의 경험이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우리 아들이 코인으로 장난감을 얻는 그 짜릿한 성취감을 시작으로, 더 크고 멋진 목표들을 향해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아빠들도 우리처럼 유쾌하고 진솔한 방법으로 자녀와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란다.